법률칼럼&일상칼럼
재판부 "기존 판결보다 침해인정요건 강화"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일조권 침해여부를 판단하는 6개 기준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가 제시한 요건들은 고층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 재건축과 관련된 분쟁을 예방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판부가 다섯번째 요건으로 제시한 일조량 자체에 대한 요건은 기존 대법원판례가 제시한 요건보다 다소 강화된 요건으로 향후 상급심의 최종판단이 주목된다. 재판부가 제시한 요건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조권 침해를 주장하려면 주거지역에 있는 주거용 건물이어야 한다. 따라서 상업용지에 지은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 '주거용'인지의 여부는 행정법규나 공시된 용도가 아닌 '사실상' 그리고 '실질적'으로 거주하고 있는지가 기준이 된다.
둘째, 일조권 피해건물 주민들은 침해건물의 골조가 완성되기 전부터 상당기간 그 지역에 거주해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생활이익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따라서 거주기간이 짧을 경우(2~3년)에는 일조권침해를 주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사건처럼 아파트가 재건축된 경우, 아파트 철거전의 거주기간을 인정받으려면 재건축된 아파트와 철거된 아파트가 거의 동일한 형태를 갖추고 있고 거주자들이 거의 유사한 위치(동·호수)에 거주하고 있었던 경우에만 종전의 생활이익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동·호수가 무작위 당첨으로 이뤄지는 점에 비춰 볼 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이 철거전 생활기간을 인정받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따라서 일조권침해가 관철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셋째, 일조권을 침해하는 건물은 주변상황과 일조권을 침해받는 건물에 비해 형태와 이용방식면에서 이례적인 건물이어야 피해자측에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넷째, 일조권을 침해하는 건물은 피해건물의 거주자들에게 직접적인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상당한 거리 이내에 위치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일조권 침해건물이 조망을 완전히 차단하더라도 피해건물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거리가 확보돼 있고 또 채광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직접적인 압박감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부는 다섯번째 요건으로 '일조량 감소로 인한 피해 정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창문을 통한 일조량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시해 거실이 북향인 경우 사실상 일조권을 인정받기 어렵게 됐다. 또 동짓날을 기준으로 햇빛을 못 받는 시간이 오전 9시~오후 3시까지 6시간 중 2시간 연속이거나, 오전 8시~오후 4시까지 8시간 동안 최소한 4시간에 미치지 못하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이에 대해 재판장인 임채웅 부장판사는 "기존의 실무가 일조피해시간에 대한 대법원판결이 나온 후 그 시간에 해당하기만 하면 일조권 침해로 보는 등 실무가 기계적으로 운영돼 문제가 많았었다"며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판결보다 일조권침해 인정요건을 보다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피해이익의 성질이나 공법규제 위반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이 면제 또는 가감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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